top of page
temp_1714380857155.-1805570984.jpeg

RYOO JAEBEE

 

  류제비 RYOO JAEBEE


  BREATH OF COLOR


 

   May 17th - Jun 15th, 2024

​   Opening | May 17th,  4-7pm

 

 

 "초대합니다."

5월은 운중화랑이 있는 산운마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이 마을, 이 계절에 어울리는 작가로 운중화랑은 작가 류제비를 주목합니다. 류제비는 일상 속 사물과 그 현상의 시각화에 대한 특별한 미적 재능이 있습니다. 형상과 색채라는 두 조형요소를 간결하게 조화시킨 화면은 한편의 시(詩)가 담긴 듯한 문학적 미감을 자아냅니다. 류제비의 신작 기획전 < Breath of Color >에 특별한 응원을 부탁 드립니다.

류제비는 우리 주변, 일상의 사물을 그립니다. 온기가 남은 듯한 물병, 초승달이 차분하게 내려앉은 것 같은 테이블 위 호박, 붉은 화병 위를 청초이 뻗어나간 난초 꽃잎, 속 알갱이를 내보일 것 같은 탐스러운 감귤, 춤추듯 피어 오르는 바나나. 그가 바라보며 그리는 대상은 모두 우리 일상이고, 일상이 담긴 그림은 우리를 이끄는 힘이 있습니다.

그림의 힘은 그것을 바라보게 함에 있습니다. 시각예술의 중요한 목적이자 기능은 궁극적으로 그것을 바라보게 하고, 그것에 주의를 집중하게 하는 것입니다. 류제비의 그림은 바라보기라는 감각행위 자체로 강렬한 즐거움을 줍니다. 그의 그림은 사람의 눈을 집중하게 하고, 이를 통하여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합니다. 바라보기라는 인상주의적 화법을 깔끔하고 세련된 색채의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좋은 느낌, 이것이 류제비의 그림입니다.

류제비의 화면은 형상과 색채로 구성됩니다. 그 중 우리는 색채에 먼저 집중하게 됩니다. 사물을 인식할 때 우리 지각에는 먼저 색이 들어오고 형상은 그 뒤를 따릅니다. 흰색 주전자, 파란 물병, 노란 바나나, 분홍 식탁보, 푸른 벽. 어느 사물이나 그렇습니다. 류제비의 그림에서도 우리 시선은 먼저 색에 닿습니다. 그의 그림에서 형상은 색을 담는 그릇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그는 색을 매개로 사물의 형상에 대한 저마다의 인상을 부여합니다. 형상과 그 인상을 표현하는데 색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류제비 고유의 감각이 있고, 그것이 그의 그림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 전시의 타이틀이 인 이유입니다. 색을 통하여 그의 그림이 숨을 쉬고, 색이 그의 그림의 생명을 유지하는 힘입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우리 지각에서 형상을 모두 흘러 보내고 색만 남겨 보아도 좋습니다. 그의 그림을 바라보게 하는 힘은 그의 색에서 나오는 것이고, 색이 주는 미적 쾌감에 집중하면 그의 그림의 힘이 배가됩니다. 그의 작품 속 형상들은 각기 다른 인상을 담은 색으로 그 개성을 드러냅니다. 형상들은 종이로 오려낸 듯 간결하게 화면을 나누며 제자리를 견고하게 지킵니다. 시선의 선후에 따라 나누어진 경계에는 묘한 긴장감과 어울림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룹니다.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한 데 어울려 사는 도시의 모습과도 닮았습니다. 시선이 멈추는 곳에서는 언젠가 경험했던 우리 기억들을 되살리기도 합니다. 색과 형상으로 만드는 류제비의 미감이 감상자 개인의 기억 단편과 맞닿는 지점에서 시선이 오래 멈추게 됩니다. 류제비의 작업은 지극히 차분하고 정적이지만, 그 속에는 늘 역동적인 이야기가 살아있습니다. 류제비의 일상, 우리의 기억, 그리고 이 둘이 교차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류제비 작가의 신작 기획전 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색채의 향연에서 깨끗한 공기로 숨쉬는 듯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INVITE YOU" May is the most beautiful season in Sanun Village, where we, Woonjoong Gallery, are located. We focus on Ryoo Jaebee as an artist suited to this village and this season. Ryoo Jaebee has a special aesthetic talent for visualizing objects in our daily lives and its phenomena. Her screen, which simply harmonizes the two formative elements of shape and color, creates a literary aesthetic that feels like a poem. We ask for your special support for Ryoo Jaebee’s new special exhibition . Ryoo Jaebee paints everyday objects around us. A water bottle that seems to have some remaining warmth, a pumpkin on the table that looks like a crescent moon has rested calmly on it, orchid petals stretching out neatly on a red vase, luscious tangerines that seem to be showing their inner kernels, and bananas that are blooming as if they are dancing. These objects she looks at and paints are all part of our daily lives, and the works containing our daily lives have the power to draw our attention. The power of art works lies in making us look at them. The important purpose and function of visual art is ultimately to make people look at it and focus their attention on it. Ryoo Jaebee's works give us intense pleasure through the sensory act of looking at it itself. Her works focus people's eyes, allowing them to see and feel more. She expressed the impressionistic style, namely, looking in a clean and sophisticated language of color. A familiar yet good feeling, this is Ryoo Jaebee's painting. Ryoo Jaebee's paintings are composed of shapes and colors. Among them, we focus on color first. When we recognize an object, color enters our perception first, followed by shape. This applies to any object: a white kettle, a blue water bottle, a yellow banana, a pink tablecloth, a blue wall. In Ryoo Jaebee's work, our eyes first reach color. The shapes in her works can be thought of as vessels that contain color. She uses color as a medium to give each object its own impression of its shape. Ryoo Jaebee has a unique sense of selecting and using color to express shapes and their impressions, and that is the biggest strength of her paintings. Color is the beginning and end of her work. This is why this exhibition is titled . Her paintings breathe through color, and color is also the source that sustains the life of her works. So, her paintings can be viewed by letting all the shapes flow from our perception, leaving only the colors. The power that makes us look at her works comes from her colors, and the power of her works is doubled when we focus on the aesthetic pleasure that colors provide. The shapes in her work reveal their individuality in different colors, each with a unique impression. The shapes divide the screen concisely as if they were cut out of paper and remain firmly in place. At the border divided by the flow of gaze, a strange tension and matching are harmoniously balanced. It resembles a city where people with different personalities live together. If our eyes stop on any part of her screen, we may relive memories we once experienced. At the point where Ryoo Jaebee's aesthetic sense, which is made of color and shape, meets fragments of viewers' memories, their gazes pause for a long time. Ryoo Jaebee's work is extremely calm and static, but there are always dynamic stories alive within it. 'Ryoo Jaebee's daily life, our memories, and the intersection between the two create various stories. We invite you to this special exhibition , where she presents her new works. You can feel the comfort and joy of breathing clean air in the feast of colors spread out on the canvas. Woonjoong Gallery Derector | Kim Kyung Ae

MEET ARTIST

temp_1713257392339.1906075201.jpeg

Bom in Daegu in 1971

B.A.L. Fine Arts, Youngnam University, Daegu

Solo Exhibitions

류제비(Ryoo Jae Bee)

 

2022   Flowers, Wind, Stars, and Boys Gallery R(Seoul)

2021   Star, Wind and Boy Space Jamo (Seoul)

2020 Breath of the Wind Banditraso (Seoul)

2020 My Fairy Tale Stonewall Gallery(Jeju)

2018  Dongwon Gallery (Daegu)

2017  Beomeo Art Street Window Gallery (Daegu)

2016  Where the Wind Begins Ain Gallery(Busan)

2015  Tongin Auction Gallery(Seoul)

2015  Dongwon Gallery (Daegu)

2010  HUB Gallery (Pennsylvania, U.S.A)

2010  Misciagna Gallery(Pennsylvania,U.S.A)

2009  Tongin Auction Gallery(Seoul)

2008  Still Life Walk Dongwon Gallery (Daegu)

2004  Book Publishing, Open Books, THE SOCIAL Gallery(Seoul)

2002  Daebaek Plaza Gallery(Daegu)

2001  Samsung Financial Plaza (Daegu)

Collection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Art Bank, Book Publishing Open Books, Ilmin Museum of Art, Tongin Gallery, Dongwon Gallery, 409 Gallery, and many other private collections etc.

 

Published in the 2015 History of Education Art Textbook Still Life

ART WORKS 
 

EXHIBITION VIEW

EXHIBITION VIDEO

ARTIST STATEMENT

5월의 새벽을 걸으면

풀 향기와 꽃바람이 마음을 부풀게 한다.

가만히 숨을 들이켜도 좀 힘겹게 걸어도

바람이 춤을 추듯 몸을 감싸고 말을 건넨다.

진청색 하늘 아래 핀 흰 꽃은

그대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흰색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를 신비한 빛의 꽃잎이

끝도 모를 심연으로 이끈다.

이리저리 솟아 있는 이름 모를 초록 가지들이

장난스럽고 씩씩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상큼한 연두 잎은 보라색 꽃 한 송이 두 손으로 받쳐

새벽의 공간을 비밀과 수수께끼로 채운다.

누가 따라오나 뒤를 보면 감은 눈 모양의

아침달님이 성큼 다가와 있다.

바람과 공기와 나무와 풀이...

꽃이 한없이 포근하고 다정하게 반겨준다.

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

변하고 달라질 풍경들이다...

눈을 감으면

향기와 빛과 바람이 영롱한 색으로 마음에 남는다.     

 

작업노트=류제비  2024

CRITICISM

별과 바람 그리고 소년 / 류병학(미술비평가) 2021년 류제비는 스페이스 자모에서 개인전 『별, 바람 그리고 소년(STAR, WIND and BOY)』을 개최한다. 당시 그녀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제작한 회화작품 26점을 전시한다. 그녀 의 대표작인 일명 ‘정물화’ 시리즈 10점과 ‘풍경화’ 시리즈 8점 그리고 동심(童心)을 표현한 일명 ‘인물화’ 시리즈 8점이다. 그녀의 정물화는 ‘명상’ 시리즈이다. 나는 이곳에서 류제비의 ‘명상’ 시리즈 중 신작 5점에 관해서만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하겠 다. 그녀의 (2021)은 파랑 투명화병에 호접란을, (2021)는 붉은 도자 화병 에 심비디움을, (2021)는 흙색 도자 화병에 장미를, (2021)는 청색 도자 화병에 나리와 신비디움을, (2021)는 노랑 도자 화병에 심비디움을 그린 것이다. 류제비의 신작 ‘명상’ 시리즈 5점은 각기 다른 화병들에 다양한 꽃들을 표현해 놓았다. 투명 화병인 을 제외한 나머지 4점의 ‘명상’ 시리즈 화병들은 모두 작가가 흙으로 빚어 만든 화병을 모델로 그린 것이다. 그리고 와 는 캔버스에 직접 아크릴물 감으로 작업한 반면, 나머지 ‘명상’ 시리즈 3점은 고운 모래를 아교에 섞어 바른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제작한 것이다. 류제비의 신작 ‘명상’ 시리즈는 한결같이 화려한 컬러의 꽃들이 만발해 있다. 물론 아직 개 화하지 못한/않은 꽃봉오리도 있다. 만약 당신이 그녀의 ‘명상’ 시리즈로 한 걸음 더 들어간 다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꽃들이 담긴 화병의 그 림자이다. 파랑 투명화병의 그림자는 흥미롭게도 파랑색이고, 붉은 도자 화병의 그림자는 엉 뚱하게도 녹색이고, 흙색 도자 화병의 그림자는 푸른색이고, 청색 도자 화병의 그림자는 보 라색이고, 노랑 도자 화병의 그림자는 노랑 테이블 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핑크라는 점이 다. 류제비의 신작 ‘명상’ 시리즈는 꽃들이 담긴 화병과 배경 그리고 테이블 또한 화병의 그림자 는 각각 독립적이다. 따라서 그녀의 ‘명상’ 시리즈는 화병과 테이블 그리고 배경과 그림자를 표현한 전형적인 정물화임에도 불구하고 평면적으로 보인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는 그녀의 ‘명상’ 시리즈가 정물을 직접 보고 그린 것이라기보다 차라리 상상해서 그린 ‘상상화’임을 알 려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류재비의 ‘정물화’는 담백하면서도 눈이 부시도록 밝고 맑게 보인다는 점 이다. 나는 지나가면서 그녀의 밝고 맑음의 비밀을 캔버스의 ‘바탕’에서 찾았다. 물론 앞에서 말한 캔버스의 ‘바탕’은 물질적인 것, 즉 캔버스 올이나 아교를 섞은 모래로 캔버스 바탕을 처리한 바탕을 뜻했다. 그러나 류제비의 정물화에서 간과할 수 없는 또 다른 바탕이 있다. 『논어(論語)』에 등장하는 ‘회사후소(繪事後素)’가 그것이다. ‘회사후소’는 흔히 ‘그림 그리는 일은 하얀 바탕칠을 하고 난 뒤에 한다’고 해석한다. 그런데 동양의 그림은 600년 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캔버스’ 위에 그려진 것이 아닌 기원전부터 양면이 사용 가능한 화선지에 그려졌다. 따라서 ‘회사후소’를 하얀 바탕칠을 하고 난 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해석은 오늘날의 통념적 이해에서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회사후소’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 일단 ‘회사후소’가 등장하는 『논어』를 인용해 보자. 자하가 스승 공자에게 물♘다. “스승님, ‘묘한 웃음 아름답고, 아름다운 눈 맑기도 한데, 바탕으로서 더욱 빛난다’는 것은 무엇을 뜻 하는 것인가요?” 공자 왈, “회사후소.” 이에 자하가 “예(禮)는 나중입니까?”라고 물♘다. 공자 왈, “나를 일으키는 자는 그대로다. 비로소 함께 시(詩)를 말할 수 있게 되♘구나.” 위 인용문은 위나라 장공의 부인 장강의 아름다운 모습에 관한 공자와 제자 간의 일화다. 공자의 ‘회사후소’는 장강의 아름다운 외모가 ‘바탕’으로 더욱 빛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바탕’은 일종의 ‘마음(본성)’을 뜻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나는 ‘회 사후소’를 ‘그림 그리는 일은 바탕(마음)을 깨달은 뒤에 할 수 있다’로 해석하고자 한다. 나 는 류제비의 작품이 바로 그 ‘바탕(마음)’에서 우러나온다고 본다. 나는 서두에서 다음과 같 이 중얼거렸다. 내가 처음 만난 류제비 작가의 눈은 밝고 맑았다. 그래서 난 그녀의 밝고 맑은 그림이 그녀 의 밝고 맑은 심성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생각했다. 출처 = [별과 바람 그리고 소년 ], 류제비 & 류병학, gallery R, 2022, p 214-215

류제비-정물 산책 / 박영택(미술비평가) 류제비는 전형적인 정물화의 유형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다소 낯선 느낌을 구사한다. 화병에 담긴 카라와 백합 그리고 파프리카 등이 그녀가 그리는 정물이다. 투명하고 빛나는 유리병에 가득 담긴 이 몇 가지 꽃들과 과일만이 적조한 배경을 바탕으로 해서 화사하게 빛난다. 대상보다는 색채가 두드러지게 발화한다는 생각이다. 작가는 이 감각적인 색채를 지닌 정물과 이를 비춰주고 반사하는 빛과 색채의 연출에 매혹되었다. 수평의 구도를 채우는 화려한 색감과 그 가운데에 펼쳐진 꽃과 과일은 극단적으로 대비되어 있다. 현실계의 정물이지만 비현실감이 감도는 배경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단색으로 펼쳐진 배경과 색면으로 분절된 대상의 묘사는 입체적인 환영과 충돌한다. 깔끔하게 도포된 색 면을 배경으로 위치해있는 유리병과 그릇에 담긴 과일과 꽃들은 사실적인 묘사로 재현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이루는 물감과 붓질의 상태를 고스란히 노출한다. 따라서 싱싱한 줄기와 화려한 꽃, 탐스런 과일은 아름답고 관능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동시에 물감의 물성과 붓의 놀림을 순간순간 노출하면서 그것이 그려진 그림임을 드러낸다. 류제비가 보여주는 정물은 사실적이면서도 평면적이다. 모든 것은 평면적인 색채로 구획된다. 차갑고 기계적인 감성으로 해체된 정물은 철저하게 눈으로 분석된 대상이다. 과일과 꽃, 투명용기는 보이는 대로 색, 색 면으로 분류되었다. 작가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기록, 기술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붓놀림과 제스처가 슬쩍 개입되어 있다. 밝은 바닥면과 짙고 단호하게 칠해진 파랑 색 배경이 대비되어 있는 가운데에 정물이 위치해있다. 배경과 분리된 색 면은 흡사 색채추상화처럼 균질하고 평평하게 칠해져 마감되어 있고 재현된 정물 역시 분절된 색채와 면으로 구획되어 있다. 카라꽃과 백합꽃 줄기가 자유로운 선의 궤적을 연출하고 물이 담긴 용기에 비친 잔영과 그림자가 흥미로운 색채를 연출하는 한편 깔끔하고 균질하게 칠해나간 붓질과 격렬하고 분방하게 밀고 나간 붓놀림 등이 대비적 효과를 자아낸다. 특히 투명한 용기에 번지는 색채와 그림자, 그리고 배경에 갑자기 등장하는 붓놀림 등은 다분히 추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그래서 사실적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환각적이다. 그러나 비현실감이 난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구체적인 대상의 모방이다.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거나 그 두 개의 틈에서 모종의 균형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다. 기존 정물화의 틀이 유지되면서 그 안에서 다른 감성을 자아내는 그림이자 사진의 효과와 영상적인 시각상도 은연중 결합되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혹적으로 아름답게 재현되거나 극사실로 묘사되는 데서 불거지는 감성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주어진 대상에 주관적으로 몰입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차갑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눈에 보이는 시각적 정보를 정확히 옮겨내는데, 일종의 데이터화하는데 관심이 있어 보이고 그로인해 기존에 그려지던 일반적인 정물화에서 만나는 것과는 다른 미묘한 감성이 배어 나온다. 그 감성은 다분히 인공적인 색감과 질감이 충돌하고 회화적이면서도 그래픽적이며 디자인적인 느낌이 자리하는 데서 더욱 증폭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은 일반적인 정물화라기보다는 정물을 빌어 그것을 색채로 환원하고 색 면으로 구획하면서 이를 재구성하고 조형적인 질서 속에서 점검해보려는 의도를 노출한다. 정물을 다시보기, 정물과 함께 산책하고 명상하기에서 나온 그런 그림이다. 그림을 이루는 순수한 조형적 질서의 체계로 환원되고 그러면서도 다시 사실적인 재현으로 연결되어 나가는 그 두 측면을 공유하고 있는 그림이라는 얘기다. 그것은 기존의 사실주의 그림의 틀 안에서, 혹은 대구 구상화단에서 반복되는 정형화 된 정물화 안에서 새로움의 모색이란 과제를 부단히 의식해내는 그림에 가까워보인다.

삶과 꿈의 언어로서의 정물화 /우주연(콜로라도 주립대 예술사학과 교수) 프랑스화가인 폴 델라로세가 “이제부터 미술은 죽었다”라고 선포한 후, 화가들은 그림의 전통적인 정의를 반박하며 사진기술의 발달에 발맞춘 대응을 해왔다. 20세기 초반의 신기술의 우월성과 최근의 디지털 혁명에 힘입어 미술은 재현된 표현을 뛰어넘어 예술가들이 붓과 염료를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미술사에서 설명한 델라로세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그림에 대한 정의와 스타일은 변화해 왔었고 지금도 우리의 인생 속에서 그리고 꿈을 통해 새롭게 재현되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신기술을 즐기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미술이 사라질가 두려워하지 않는다. 류제비는 그림을 아주 상세한 미학적인 매채로 표현한다. 자신의 목소리와 시각적인 언어를 찾기까지 많은 재료들로 실험을 해왔었다. 이러한 시도는 정물화에 있어서는 되려 전통적인 길로, 간결함과 문화적 미학의 입장으로 새롭게 시도되었다. 류제비의 손을 통해, 정물화는 아주 독특한 취향을 보여준다. 그녀의 이미지는 역설적인 특징들 즉, 직선적이지만 신비로운 표현들로 가득 차있다. 전통적인 정물화가 시들어가는 꽃의 특징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류제비의 그림은 의도적인 조합을 보여준다. 꽃과 일상적인 대상들이 단순하지만 생생한 색조과 아주 풍부한 붓놀림를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아주 밝은 배경과 대비되는 대상을 통해 공간감을 표현하는 동시에 감상자의 시선을 작품의 중심으로 이끌어 낸다. “바람의 숨결”이란 일련의 작품을 통해 류제비는 아주 역동적인 에너지를 잘 집어서 표현을 한다. 작품에서 보여 지는 긴 꽃잎과 계속 연결되는 초록의 꽃꽃이는 정확하게 방향을 표현하고 감상자의 시선의 흐름을 이끌어 낸다. 그러한 구성은 적극적인 존재감으로 공간을 채워준다. 류제비는 의도적으로 이차적인 대상을 구도에서 엇나가게 해 유머의 힌트를 남긴다. 해서 작품은 꿈같은 이미지이지만 아주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류제비의 그림은 자신의 감정과 인식을 표현하지만 사회적 정치적 의미는 배제되어 있다. 하지만, 문화적 인식이 작품을 통해 아주 뚜렷하게 표현된다. 한국의 작가로서 류제비는 명상과 사색의 어조로 평화로운 시각적 이미지와 또 구성의 간결함을 그려낸다. 깊이 있는 주옥같은 색조의 사용은 한국의 문화적 영향을 보여준다. 최근 작품들은 즐거운 주제를 추구하는 작가의 변화된 모습을 꽃의 단아함, 물의 추상적 느낌, 그리고 포카 점을 그린 컵을 통해 감상자가 오해의 소지에 대한 불안감 없이 각각의 작품이 주는 위로와 깊이를 즐기게 해준다.

박하사탕 맛 정물화 / 나도연 기자(행복이가득한집) 서양화가 류제비 씨는 1971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94년 영남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2001년 대구 삼성금융플라자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난 5월 동원화랑의 전시 에 이르기까지 개인전과 단체전을 20여 회 열었다. 작열하는 색! 류제비 씨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눈이 부셨다. 이글거리는 색이 다른 원색과 강렬하게 부딪히면서 면을 이루는 그림. 이러한 화면 구성이 하도 낯설어 당황스러웠다. “저도 그랬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고상한 색을 쓰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제 작품을 보면 처음엔 ‘색상이 참 촌스럽다’는 분도 있어요. 그런데 바로 이런 반응이야말로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해요.” 그 카타르시스는 청량감과 닿아 있다. 박하사탕을 빨다가 ‘호오’ 하고 숨을 들이켰을 때 느낄 수 있는 상쾌한 기분. 자꾸 들여다볼수록 류제비 씨의 팽팽하게 대결하는 원색은 눈을 시원하게 한다. 낯선 기분은 눈에서 그간 익숙했던 색의 기준이 벗겨지면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색이 그토록 강렬한 것은 그가 모든 현상을 색으로 보고 색으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형태를 되도록이면 단순하게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다 보니 회화에서는 색으로 대비를 주어야 의미가 전달되더라고요.” 그러나 그가 원색을 가볍게 쓰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 되었다. 대학교 때에는 인생을 워낙 진지하게 살아서 색이 칙칙했다. 예술이란 저 멀리 있는 줄로만 알고 헤매느라 그랬다. 괴로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황당했다. 찾으려던 그 예술은 밖에 있지 않았다. 이미 그의 안에 있었다. 지난한 고민 끝에 ‘예술은 종소리’임을 깨달았다. “봤을 때 ‘땡’ 하고 바로 감이 와야, 종소리가 번지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좋은 작품이죠. 느끼는 데 설명이 필요하다면 좋은 작품이 아닙니다.” 관념 속에서 한껏 심각하고 숭고해져 있던 예술을 벗으니 비로소 그림에서 박하사탕 맛이 선연히 번졌다. 류제비 씨가 정물화에 천착한 이유도 ‘파랑새’ 이야기와 같다. 치기 어린 시절, 새로운 세상을 찾아 여행을 다니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였다. 당시는 모든 것을 밖에서 구했다.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 “태초에 인간이 떠오르는 태양이나 풀잎, 이슬을 보고 얼마나 경이로웠을까요. 우리도 익숙한 일상을 늘 새롭게 볼 수 있다면 삶이 총천연색으로 보일 테지요.” 어느 날 테이블에 놓여 있던 유리그릇이 낯설고 새로웠다. 그날로 정물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작가 노트에 썼다. “실내의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 세상은 다시 태어나고, 움직임 없는 정물마저 생동하기 시작한다. 쏟아지는 빛은 사물의 모습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묘한 리듬이 정물을 감싸며 밝고 단순한 이미지가 방 안을 맴돈다.” 8월호 표지 작품인 ‘바람의 숨결’을 비롯한 그의 정물화에는 늘 유리그릇이 놓여 있다. “유리그릇은 뚝배기와 달리 빛과 색을 투과하면서도, 원래 색과는 다르게 일그러뜨리는 역할을 하지요. 가령 물에 손가락을 넣으면 왜곡되어 보이듯 말이죠. 우리네 삶도 그래요. 인생도 밖에서 바라볼 때와 안에 들어가서 볼 때가 달라요.” 그는 유리그릇을 통해 왜곡된 단면을 보면서 거꾸로 실재를 떠올린다고 말한다. 꽃을 많이 그리는 이유는 꽃잎보다는 쭉쭉 뻗은 줄기에 반했기 때문이다. 특히 줄기가 굵고 길게 뻗은 카라를 좋아한다. “제 그림 속 꽃은 일반적인 꽃꽂이 방식을 따르지 않아요. 저는 얌전한 꽃꽂이보다는 툭 던져놓은 듯 자유분방한 꽃꽂이가 좋아요.” 두서없이 사방으로 얼굴을 향한 꽃이 참 씩씩해 보인다. 예술가들이 대개 ‘꽃’ 하면 만개한 뒤 사라지는, 유한성의 심벌로 표현하는 데 비해 류제비 씨의 꽃은 처연하거나 야들야들하기보다는 드세고 힘이 있다. 야생의 기운을 품은 꽃이다. 그러고 보면 생명성은 아마존 정글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처럼 화훼 시장에서 산 카라 한 다발에서도 느낄 수 있다. 어디에 살아도 생동할 수 있게 된 계기는 그에게 시심詩心을 열어준 랭보의 시 ‘감각’이다. “여름 아청빛 저녁, 보리 날 쿡쿡 찔러대는/오솔길 걸어가며 잔풀을 내리 밟으면/꿈꾸던 나도 발밑에 그 신선함 느끼리/바람은 내 맨머리를 씻겨줄게고.(후략)” [출처] 행복이 가득한 집 (2008년 8월호) | 기자/에디터 : 나도연

STUDIO VISIT

MAKING FILMS

bottom of page